
눈썹에도 유행이 지나갑니다.
몇 해 전에는 일자로 곧게 뻗은 눈썹이 거리마다 있었고,
그 전에는 가늘고 높은 아치가 있었습니다.
오래된 사진을 꺼내 보면
그때의 눈썹만으로 그 시절이 짚입니다.
유행은 얼굴 바깥에서 옵니다.
화면 속 얼굴, 그 계절의 화장품, 그해의 분위기.
문제는 그것이 반영구로 새겨지면
몇 년을 머문다는 데 있습니다.
유행이 떠난 자리에 눈썹만 남습니다.
골격은 얼굴 안에 있습니다.
이마의 넓이와 눈두덩의 깊이,
광대에서 관자놀이로 이어지는 선.
이 지형은 유행을 타지 않고,
눈썹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에서 꺾여야 하는지를
이미 정해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의 첫 질문은
"어떤 모양을 원하세요"가 아니라
"이 얼굴은 어떤 선을 갖고 있나"입니다.
골격에서 나온 선은
몇 년이 지나 사진을 봐도 촌스러워지지 않습니다.
애초에 어느 해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유행은 해마다 새로 옵니다.
골격에 맞춰 둔 눈썹은 그 해들이 다 지나가는 동안
제 얼굴에 그대로 앉아 있습니다.
오래 지니고 갈 선은 그렇게 골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