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을 보다가, 오늘따라 얼굴이 좋아 보이는 날이 있습니다.
특별히 꾸민 것도 아닌데,
어딘가 화사하고 생기가 돌며 기분까지 가벼워지는 그런 날요.
그날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개 입술에 색이 곱게 올라와 있습니다.
얼굴에서 스스로 색을 머금는 곳은 많지 않죠.
볼이 옅게 물들고, 입술이 혈색을 띱니다.
그중에서도 입술은 가장 분명하고 따뜻한 색을 가진 자리입니다.
입술이 제 색을 제대로 머금고 있으면,
그 화사함이 얼굴 전체로 천천히 번져 나갑니다.
눈빛이 또렷해지고, 표정이 환해지며,
거울 앞에서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되죠.
그 작은 색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끌어올려 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립스틱을 바르는 이유도 결국 다르지 않습니다.
입술을 붉게 칠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화사하고 기분 좋은 얼굴을 갖고 싶기 때문이죠.
다만 그 색은 한나절이면 지워진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저는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일을 합니다.
그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혈색을 찾아,
더 오래, 더 자연스럽게 머물게 하는 일입니다.
진하게 도드라지게 만들지 않습니다.
화장을 지운 아침에도, 문득 비친 유리창 속에서도,
은은하게 화사하고 생기 있는 입술.
그 자연스러운 혈색을 찾아드립니다.
입술은 얼굴에서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작은 부분이 제 색을 머금는 순간,
거울 앞의 하루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늘따라 얼굴이 좋아 보이던 그 기분을,
이제 매일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